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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움’에 관한 이야기
‘다움’에 관한 이야기
  • 윤일호 장승초 교사
  • 승인 2024.09.0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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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 상상하기 (33)

 ■ ‘다움’이라는 말

 10여 년 전 작은학교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경기도에 남한산초등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다. 학교 구경도 하고, 선생님들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중간중간 귀에 꽂히는 말이 있었다. ‘남한산다움’이라는 말이었다. 말하는 중간마다 ‘남한산다움’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남한산다움’을 유지하고 가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남한산다움’은 무엇일까 궁금해서 물었다. 또렷하게 손에 잡히는 무엇을 우리에게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남한산 구성원들은 누구나 이해하는 무엇이 있다는 거다. 완주에 있는 삼우초를 갔을 때도 학부모와 선생님들이 역시 ‘삼우다움’을 종종 이야기하고는 했다.

 ‘다움’ 참 좋은 말이다.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규정’하는 말이 아닌 그 ‘역할’에 걸맞게 행동하고, 그 상을 가꾸어가는 뜻으로 의미가 있겠다 싶다. 아버지, 어머니, 교장, 교감, 선생님 말고도 많은 역할과 바라는 ‘다움’이 있을 테니까. 

 ■ ‘다움’을 찾아가는 과정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은 자기다워지는 길을 아는 것이다.’

 이 말은 프랑스 철학자인 미셸 드 몽테뉴가 한 말이다. 결국 삶이라는 게 평생 자기다워짐이 무엇인지 찾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2011년 작은학교 운동으로 출발한 장승초도 벌써 14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지나온 과정을 돌이켜보니 시행착오의 과정이었고, 장승초만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4년 동안 학부모와 교사가 모여 치열하게 토론을 하기도 하고, 훌륭한 강사님을 모셔다 강의를 듣기도 했다. 또 교사들은 장승초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물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다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두 주마다 한 번씩 모여 규칙도 정하고, 장승다움을 찾기 위해 많은 토론을 했다.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흐릿하게만 보이던 장승다움이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도 ‘장승다움’을 찾아가고 있구나, 하는 마음도 들기 시작했다.

 학부모와 교사, 아이들이 저마다 장승에 대한 자부심과 우리만의 빛깔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어떤 행동이나 역할을 할 때도 ‘장승다움’을 의식하기 시작했다. 14년 동안 한결같이 장승초를 가꾸기 위해 노력했던 교육공동체의 노력과 역사가 만든 ‘장승다움’이 아닐까 싶다. 

 ■ 장승다움은?

 장승 학부모들은 학부모회에 적극 참여한다. 해마다 분기별로 열리는 다모임에 보통 50여 분이 넘게 참여한다. 또 해마다 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은 공동연수를 하는 날인데 물론 이때는 대부분 학부모가 참여한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공동연수를 1박2일 과정으로 하기도 했다. 더불어 학년 모임도 전통으로 가꾸어 6년 동안 같은 학년을 하는 학부모들은 형님, 언니, 동생이 되어 누구보다도 친한 식구처럼 지내기도 한다. 요즘 그렇게 흔하다는 학부모 민원 한 건이 없는 것도 자랑이다. 비 오는 날에 체험학습을 가도 “비 오는 데 무슨 체험학습을 가요?”하고 말하는 학부모도 여전히 없다. 아마도 학교를 믿는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겠지.

 장승 교사들도 애쓰기는 마찬가지다. 학년 초에 가정방문을 하고, 학기 말 상담을 대면으로 한다. 또 모든 학급이 학급문집을 내고, 2박3일 지리산 종주와 1박2일 걷기도 한다. 밤늦게까지 하던 회의가 없기는 하지만 아이들 중심 회의는 여전하다.

 아이들도 초창기 규칙만 정하고 힘들어하던 회의를 벗어나 자치 행사나 운동회 등 여러 행사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선배들에게 배우고 실천한다. 더불어 자신의 빛깔을 찾아가는 노력을 꾸준히 한다. 14년을 지속하면서 장승 교육공동체가 모두 ‘장승다움’을 찾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결국 학교마다 그 학교만의 빛깔을 찾는 과정이 있을 테고, 그 과정에서 성장하면서 교육공동체에서 묻어날 때 ‘다움’이 더 빛나지 않을까 싶다.

 

 윤일호 장승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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