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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11) 공항에서 포도를 재배한다니
장창영과 함께 떠나는 생태 환경문학 기행(11) 공항에서 포도를 재배한다니
  • 장창영 시인
  • 승인 2024.08.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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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고 베스푸치 국제공항(Aeroporto Amerigo Vespucci) 터미널 지붕에 조성될 예정인 ‘포도밭’ 랜더링 (사진=Refael Viñoly Architects)

 최근 옥상이나 주차장을 비롯하여 널찍한 빈 공간이 생기면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가는 게 유행이다. 어차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힘든 상태에서 태양열 발전을 통해 부수적인 경제 이익까지 얻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한, 정부가 지원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이라는 점에서 홍보 효과와 함께 현재와 미래를 대비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전남 신안군에도 염전에 대단위 태양광 설비가 들어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염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사람을 구하기 힘든 시대이다 보니 태양광 발전시설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한꺼번에 대단위 설비를 진행하는 통에 숙소마다 외지에서 온 건설노동자들이 넘쳐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지금 당장에는 좋게 보이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반가운 소식만은 아니다.

 최근 피렌체의 아메리고 베스푸치 국제공항의 설계 디자인이 공개되었는데, 공항 터미널 지붕을 포도나무가 새파랗게 뒤덮은 모습이 주목받았다. 19에이커에 달하는 포도밭은 현지 와인 양조 전문가가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을 감독까지 한다고 하니 앞으로 피렌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게 틀림없다. 이곳에서 생산한 와인은 터미널 아래 지하 저장고에서 숙성되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예정이다. 기막힌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도심을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으로 도배하는 대신에 다양성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우리는 도시의 매력을 부각하기 위해 차별화 전략을 세우는 시대를 살고 있다. 예전에는 공간 디자인의 차별화에 주목했다면 앞으로 자연친화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추세가 많아지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 지역의 전주동물원이 추진하고 있는 동물원 개혁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주동물원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 이어 전국 세 번째 규모이며 지방 동물원 중에 가장 오래된 동물원으로 꼽힌다. 한때 전주동물원은 그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실한 프로그램, 열악한 사육 환경 등으로 시민들로부터 외면받기도 했다. 최근의 부단한 노력으로 전주동물원에 대한 기존의 노회한 이미지가 개선되었음을 물론이고 동물의 생태 환경과 복지 상태의 개선 또한 눈부시다. 

 특히, 전주동물원이 역점을 기울여 추진하는 것은 시설 개선과 행동풍부화(Behavioral enrichment) 프로그램이다. 행동풍부화란 동물이 원래 살던 자연환경과 최대한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전주동물원은 동물 친화적인 야생 환경을 조성하고 6가지 카테고리 개념을 도입하여 동물의 활동량을 늘리고 행동의 다양한 변화를 유도하였다. 그 결과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동물들이 많아지자 수동적이던 관람객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리 주변에서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사업의 빛과 어둠을 함께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설프게 도입했던 황소개구리나 베스가 포식자로 군림하며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했듯이 잘못된 정책은 바로 잡는 데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역대급으로 더운 올해가 어쩌면 가장 시원한 해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자연에 대해 인간의 섣부른 개입이 불러일으키는 재앙은 감당하기 힘들다. 전국에 들어선 태양광 시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나는 우리의 미래를 믿는다. 자연이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복원력이 뛰어나며 자기 조절능력을 갖추고 있고, 우리 역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미래는 지금 우리의 선택과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장창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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