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검증사이트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받지 않을 권리
디지털 사회에서 소외받지 않을 권리
  •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 승인 2024.07.31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br>
김주희 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빈 택시를 아무리 불러도 세워주지 않는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호출을 받고 예약된 승객에게 가는 택시들이 대부분이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애플리케이션 없이는 택시를 잡을 수도 없고 세워주지도 않아, 하염없이 서 있다가 답답한 마음에 길바닥에서 엉엉 울고 계시는 할머니를 보았다는 일화가 SNS에 올라왔다. 한때, 열렬한 야구팬이었지만 이제는 티켓을 예매할 수 없어 야구 볼 생각을 하지 않은 지 오래라는 한 아버지의 이야기도 있었다.

세상이 빠르고 똑똑하게 바뀌어가고 있으니, 모두가 새로운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부지런히 적응한다. 하지만 과연, 이 사회는 정말 똑똑한 사회인가? 생각이 많아졌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AI의 3대 강국으로 합류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AI 전략 최고위 협의회’를 출범시켰고 AI의 일상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신기술’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영역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 과정도 아니고 일부 직종에만 적용되는 분야가 아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일상’에 넓게 침투되어 있는 이슈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잠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로 보고, 변화되어 가는 사회에 우리가 사는 방식이나 취향을 일방적으로 맞추기보다는, 그 편리함이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편리함인지’를 돌아보고 배려할 수 있는 속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실 필자는, 초등학교 3학년짜리 아들이 3D 게임을 조작하고 있는 화면만 봐도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1980년대에 테트리스 게임과 함께 태어난 X세대로서는 쉬이 적응되지 않는 입체적 화면은 멀미를 유발한다. 반면, 스마트폰을 들고 태어난 MZ세대 아들이 보여주는 엄청난 적응력과 학습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긴, 아이와는 30년의 시간 차이가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론이지만, 10살 차이도 안 나는 직원들 사이에서도 SNS 이용이나 스마트기기 활용 수준에 상당한 차이를 실감하면서 이러다 정말 도태되는 건 순식간이겠구나 하는 위기감마저 느낀다.

기계로 주문해야 하는 식당에서 당황해 하며 주춤거리는 한 노인,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 청년이 다가가 도와드리는 장면. TV에서 많이 등장하는 이 장면은 서로에 대한 관심과 세대 간의 소통을 유도하는 CF의 감동적인 한 장면이기도 하다. 공포의 문지기로 불리는 키오스크. 키오스크 교육은 노년세대들에게 실제로 인기 있는 교육 중에 하나이기도 하고, 실습을 위해 실제 아이스크림 매장이나 카페에 다녀오는 ‘도전’이 진행되기도 한다. 그만큼 그들에게 일상에서 필요한, 노인이 아닌 시민으로 살기 위해 애써야만 하는 상징적인 신문물인 것인가 싶다. 그런데 혹시, 필자가 느꼈던 위기감과,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공동체의 소통 문제, 혹은 세대 차이로 접근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되짚어보게 된다.

‘신체 건장한 남성’이라는 채용 조건이 평범하고 당연한 조건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알고 있다. 그 안에서 장애, 나이, 성별에 따른 차별이 얼마나 직접적이고 당당하게 드러나고 있는지 역시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동안 ‘세대 차이’ 정도로 치부되었던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일상적 권리’들이 충분히 보장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당연한 것’, ‘편리한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김주희<전주문화재단 예술놀이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북 전주시 덕진구 벚꽃로 54(진북동 417-62)
  • 대표전화 : 063-259-2101
  • 팩스 : 063-251-7217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재춘
  • 법인명 : 전북도민일보
  • 제호 : 전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전북 가 00002
  • 등록일 : 1988-10-14
  • 발행일 : 1988-11-22
  • 발행인 : 신효균
  • 편집인 : 신효균
  • 전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
ISSN 2635-9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