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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출신 여류명창 이화중선 후예, 울산 남자 남원 농부되다
전북 출신 여류명창 이화중선 후예, 울산 남자 남원 농부되다
  • 남원=양준천 기자
  • 승인 2024.07.1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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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제 2의 천직을 찾았습니다.” 그가 전하는 남원귀농 예찬

남원은 예로부터 모든 사람들이 고루 잘 살도록 하늘이 내려준 땅 ‘천부지지 옥야백리(天府之地 沃野百里)’로 불리우 던 곳이다.

그런 남원이 최근 귀농귀촌 1번지로 각광받고 있다.

최적의 옥토를 보유하고 있는 이점에다가 남원시가 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센터를 중심으로 각종 교육과 다양한 정책들을 지원하면서 귀농귀촌인을 적극 발굴, 육성하기 때문이다.

남원으로 귀농해서 농부로 사는 것이 마냥 행복하다는 경상도 사나이, 박수성씨를 만나 그의 귀농예찬을 들어봤다.

#15년 학원 운영하던 울산 사나이, ‘강소농’ 꿈꾸는 농부로 변신한 까닭

경상도 출신답게 특유의 억양으로 자신의 귀농 이야기를 전하던 울산 남자, ‘감로사과원’ 박수성 대표(57).

그는 6년 전에 남원으로 귀농했다.

울산에서 영어강사를 하면서 학원을 운영하던 그가 느닷없이 남원으로 내려와 농부가 된 속사정은 한마디로, 아이들(자녀)에게 자연을 보여주고, 친환경 농작물을 먹이고, 갈비집하시던 어머니 가게에 싱싱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소박한 의도에서 시작했던 것이 제2의 직업으로 이어져버린 경우다.

과정을 거슬러보자면, 그가 울산 살던 시절 태화강 옆 남산기슭으로 이사를 갔는데 누군가 내뱉었을 수박씨 한 알이 집 화단 한구석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 어떤 이의 무참한 침공에 의해 결국 열매를 맺지 못하자, 오기로 며칠 발품을 팔아 묵정밭을 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농사에 눈을 떴다(?)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었지만, 어렵게 일군 묵정이를 말끔한 밭으로 만들어놓아, 그런 다음 엄마 식당에 쓸 감자랑 고추, 오이, 가지, 푸성귀 따위를 심고 제법 실한 채소를 거둬들이면서‘농사’의 기쁨을 알게 됐단다.

“쪼끄만 씨앗이 상추로 변하고, 어린 묘가 자라 팔뚝만한 오이랑 가지를 매다는 거예요. 그 가치를 책상이 아니라 생명을 키우는 땅에서 발견하는 순간 숨이 제대로 쉬어지는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농사의 재미에 빠져 50평으로 시작한 텃밭이 500평이 되고, 몇 해 뒤 학원을 그만두는 시점엔 2,000평까지 늘렸지만 취미와 생업이 같을 수 없어 결국 이참저참 10여년간 텃밭과 씨름하며 농사에 관한 기초지식을 익힌 자신을 곱씹어보며 ‘농사’가 적성에 맞음을 직시하고 그때부터 남원귀농을 실행에 옮겼다.

#국창 전북 출신 여류명창 이화중선 후예, 남원에 둥지 틀다.

사실 그가 남원에 정착하게 된 사연은 좀 특별하다.

‘전국명창대회’를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고, 타고난 좋은 목소리로 어려운 대목도 거침없이 시원하게 불러 청중을 매혹시켰으며, 임방울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에 가장 많은 음반을 녹음한 명창. 그 유명한 ‘명창 이화중선’(1899-1943)이 박 농부의 작은 할머니격이기 때문.

얘기인즉슨, 일제강점기 어느 시기에 박 농부 할아버지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가 뱃놀이를 하던 중 배가 뒤집혀 할아버지만 제외한 동승자 전원이 익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게 이화중선의 시신을 수습하여 화장을 마친 뒤 할아버지께선 묘를 쓰고, 제사를 지내주라는 서신과 함께 아버지 앞으로 유골함을 보내셨다. 그 사연에 남원 ‘국악의 성지’ 사당에 유명국악인들과 함께 할머니 ‘이와중선’ 위패가 모셔져있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부모님이 매해 한 두 차례 남원을 찾았던 것.

그 덕에 자신도 몇 차례 울산과 남원 운봉 국악의 성지를 들락거리다가 때마침 농사를 본격적으로 지어야겠다고 했을 때, 부모덕에 마주했던 남원을 떠올렸고, 그렇게 남원 아영으로 내려오게 됐다고 한다.

# 당도좋고 식감좋은 아영사과 납시오.

그렇게 아영면에 전입한 그는 먼저 땅심이 깊고 비옥한 산을 구입, 개간했다. 그런데 산을 개간했더니 산의 토양이 마사토가 아니겠는가.

특히 그가 사는 아영은 해발 500여m의 고랭지에 위치해 사과와 포도의 명산지로 이름난 곳이었지만, 마사토 땅에는 포도재배는 어렵고 사과가 적절하다고 해서 사과나무와 두릅을 심었다.

큰 일교차와 골바람으로 맛과 향이 뛰어난 흥부골 사과는 고수익을 올리고 있는 주요 소득자원이기도 하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일군 밭 경력으로 관리기며, 경운기를 부리는 요령도 생길만큼 농법은 익숙했지만, 사실 사과농사는 처음 지어봐서 여러모로 힘들기도 했어요. 특히 사과농사는 정말 일이 많거든요. 꽃따줘야죠, 알 속아줘야죠, 도장지 제거해줘야죠, 열매 선별해서 포장해야죠, 전지만 두달 해야지, 비료해야지... 일로 따지면 정말 끝도 없는데이상하게 농사지으면서 마음은 좋대요”

박 대표는 아영 사과의 특징에 대해 중고냉지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일교차가 커서 식감이 좋고, 당도도 무척 좋다고 했다.

그런 사과를 수확해 농협공판장에 내기도 하고, 사과즙으로도 만들어 연간 6,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자신이 소유한 산에 두릅을 통해 연간 1,000만원 정도 부수익도 올리고 있다고 했다.

# 아영 어울림 재능기부단 결성

남원에 뿌리를 내리면서, 박 대표는 귀농인들과의 두터운 커뮤니티도 형성하고 있다.

남원시귀농귀촌센터에서 초창기때부터 임원직을 맡아왔던 그는 아영지회에서 뭔가 할 일이 없을까 고민하던 터에 전라북도 남원시로 귀농귀촌한 사람들이 모여 지역속으로 지역에서 필요한 일들과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힘을보태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했다. 이름하야 ‘아영 어울림 재능기부단’.

재능기부단에는 풀베주는 것일부터 전기기술자, 농부들까지 거의 외부에서 들어온 귀농귀촌귀향인 들이 주류다.

“귀농하고 귀촌한 사람들은 마을과 융화된다는 것이 처음에 무척 어려워요. 타지에서 오면 정 붙일 곳도 없고, 그래서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보고자 아영지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 이렇게 유기적인 커뮤니티로 발전했네요”

그 덕에 4명으로 시작했던 회원들은 21명까지 늘고, 올해는 800여 평의 농장을 임대하여 함께하는 텃밭에서 감자와 배추를 재배하기로 했단다.

# 그에게 귀농이란

“남원에서 귀농하는 거요? 만족도를 따지자면 결코 숫자로 논할 수가 없어요. 처음엔 저도 낯설기도 해서 힘들었는데 3년 차부터는 답답한 도회지보다, 여기가 좋더라구요. 사람들도 친절하고, 인정도 많고.... 부모님이 계셔서 울산을 이따금 가는데, 얼른 내려올 정도예요. 오죽하면 저는 남원 시내도 잘 안나갑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남원 귀농생활에 대해 울산 같은 도회지에 비해서 임야나 농지를 저렴하게 살 수 있으니, 남원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기에 최적지라며, 남원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남원의 귀농지원정책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공기좋은 곳에서 정직하게 일한 만큼 직접 수확한 사과로 생활하고, 또 동네 귀농인들하고 좋은 일도 하고....얼마나 좋아요? 작년에 탄저병으로 수익이 줄어서 속상했던 만 빼고, 올해는 방제도 강화했으니, 수확량을 기대해봐야죠. 아무튼 농사 자체는‘정말 재밌고, 좋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어요. 제 2의 천직, 찾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저는 앞으로도 남원 농부로 재밌게 살 겁니다”

농사는 ‘하늘이 내린 대업’이라고 했다.

농부가 된 자신을, 귀농하기 정말 잘했다고 외치는 그가 있어 남원의 농업 전망이 밝다.

남원=양준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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