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검증사이트

25㎝의 행복
25㎝의 행복
  • 진성 스님 마이산 탑사 주지
  • 승인 2024.06.11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성 스님  마이산 탑사 주지

 25㎝. 일반적인 국수의 길이입니다. 국수는 삶은 면을 물로 헹구어 손으로 움켜줘서 건져 올린다 하여 ‘움켜쥘 국(㩴)’, ‘물 수(水)’ 자를 씁니다. 이 25㎝의 국수가 행복을 전하고 있습니다.

 전주시 기린대로에 있는 붓다봉사단 건물 1층에서 매월 한 달에 두 번씩, 첫째·셋째 수요일 점심이 되면 200여 명의 어르신이 국수를 만납니다. 지난주에 48번째 ‘국수 나눔’을 했습니다. 어느새 ‘국수 나눔’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었습니다.

 가까운 노송동, 진북동, 인후동에서부터 덕진동에서 버스를 타고 오시는 어르신도 계십니다. 어떤 분은 걸어오시고, 어떤 분은 자전거를 타고 오십니다. 혼자 오시는 분도 있고 친구들과 여럿이서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106세 어머니를 모시고 오는 할머니가 된 따님도 계십니다.

 국수를 드시러 오는 손님 대부분이 노인들입니다. 대한민국 노인 인구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노인이 되면 불편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부족한 점, 건강이 나빠지는 점, 옷 입는 것부터 잠자고 먹는 것까지 여러 가지가 불편합니다. 그중에 가장 힘든 것이 외로움일 것입니다. 말벗이 갈수록 적어집니다.

 붓다봉사단 국수 나눔에 오시면 말벗이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이면서도 오랜 친구처럼 말씀들을 하십니다. “어디서 오셨어요?”, “여기 앉으세요”, “여기 국수 맛있지요? 저는 매번 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 그러면서 서로가 편안하게 말을 나누고 얼굴이 평온해집니다.

 부처님께서는 “노인을 공경하면 큰 이익이 있느니라. 일찍 듣지 못한 것을 알게 되고, 좋은 이름이 멀리 퍼지며, 지혜로운 사람의 공경을 받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르신을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합니다. 많은 노인들이 일생 가족과 사회에 기여하고 경제적으로도 많은 업적을 이루었습니다. 그들은 우리 사회의 보물이며 그들이 안락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또 노인들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살아있게 해주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들의 경험과 지혜는 우리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배울 수 있는 귀중한 자산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노인들을 존중하고 보살펴야 합니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은 나중에는 결국 노인이 되는 겁니다. 가정에서 동네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노인을 공경하는 문화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회 분위기가 널리 퍼지면 청소년들과 젊은 사람들의 인성에도 도움을 주고 밝고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것입니다.

 붓다봉사단 국수나눔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모두 행복하고 즐거워하십니다. 작은 국수가 큰일을 하는 겁니다. 국수는 우리 생활에서도 아주 밀접한 존재입니다. 국수를 먹는 꿈은 명예나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표현에서도 “언제 결혼할래?”를 “국수 언제 먹여줄 거냐?”라고 합니다. 또한 국수는 장수(長壽)를 의미한다고 해서 생일이나 잔치에 꼭 준비하는 음식입니다.

 우리나라 국수의 역사적 기록을 보면 불교와 아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국수를 먹었다고 추정은 하지만 기록이 없습니다. 다만 불교가 번성한 고려시대 때 중국으로 유학을 갔던 승려들에 의해 국수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절에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2세기 초 송나라의 사신인 서긍이 쓴 ‘고려도경’이라는 기행문에 “고려 사람들은 여러 음식 중에 국수를 으뜸으로 삼고 있으며, 제사 지낼 때 국수를 먹고, 절에서 국수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 최초의 기록이 있습니다.

 현재도 사찰에서는 국수를 ‘스님의 미소’라는 뜻의 ‘승소(僧笑)’라고 합니다. 공양으로 국수 나온다고 하면 스님들이 그냥 좋아서 빙긋 웃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국수가 미소를 만들어줍니다. 행복을 전하는 국수 드시러 오세요.
 

 진성 스님 <한국불교태고종전북종무원/사단법인 붓다 이사장/마이산 탑사 주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전북 전주시 덕진구 벚꽃로 54(진북동 417-62)
  • 대표전화 : 063-259-2101
  • 팩스 : 063-251-7217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재춘
  • 법인명 : 전북도민일보
  • 제호 : 전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전북 가 00002
  • 등록일 : 1988-10-14
  • 발행일 : 1988-11-22
  • 발행인 : 신효균
  • 편집인 : 신효균
  • 전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전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email protected]
ISSN 2635-9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