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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수필] 내 진짜 행복
[독자수필] 내 진짜 행복
  • 정석곤 수필가
  • 승인 2024.04.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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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곤 수필가

 유쾌! 상쾌! 통쾌!

 어느 제약회사가 약품을 광고할 때 쓰는 문구다. 가수 소명이 부른 가요 제목도 그 렇다. ‘유쾌 상쾌 통쾌’ 얼마나 행복한 말인가? 그러나 크고 작은 일상의 고마움의 쾌감을 모르고 살고 있다. 특히 신진대사 하나인 대소변의 불편함이 없는 게 당연한 거로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한 해하고 석 달 남짓 지났는데도 두 번 탈장 수술을 받았다. 처음엔 서혜부인 오른쪽 사타구니 위 부위를, 이번엔 그 반대쪽이다. 탈장脫腸은 사람의 복부가 일곱 겹으로 되었는데 큰창자가 그 약한 부분으로 뚫고 나온 것이라고 한다. 발병은 전립선비대증과 같이 주로 남자 몫이다. 10세 미만의 어린이와 60세 이상의 노인이 많은데 발병률은 5%이란다. 일흔을 넘게 살아왔으니 복부가 약해져 그러려니 싶었다. 

  재작년 11월 말, 오후에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나면 마취가 풀려야 하고 방귀를 뀌고 소변과 대변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수술이 잘된 거다. 방귀는 대기실에서 나왔다. 마취는 입원실로 와서야 조금씩 풀려 내려가더니 하반신 촉감이 돌아왔다. 이제 소변 차례다.  

  간호사가 소변을 더 걱정하며 재촉했다. 병원에 와서 먹은 게 적은데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얀 소변 통은 내 이름표를 달고 불침번을 섰다. 소변이 돼 안 나오면 거시기에 가는 관을 꽂아서 뽑아내야 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겁이 났다. 물을 먹어보아도… 간호사도 지쳤는지 자정이 넘으니 말이 없었다. 소변에 집중하니 더 안 나온 게다. 꼭두새벽에야 조금 나왔다. 세상 근심이 다 해결된 것 같았다. 

  담당 의사는 탈장 수술 환자 가운데 반대쪽 수술은 10~15%가 한다고 한다. 사람의 신체구조가 대칭이라 그런다며 당연한 것처럼 여겼다. 하필이면 내가 거기에 속할까 불평도 나왔으나, 복부 근육에게 할 말이 없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두 번째 수술을 받았다. 소변은 첫 수술 때 미안했는지 빠르게 나와 두려움이 물러갔다.  

  이번엔 대변이 문제일 줄이야. 대변은 사흘 만에 콩알보다 작은 게 나오더니 집에 와도 소식이 없었다. 수술실에 들어설 때부터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하리라.” 는 성구를 마취가 될 때까지 암송했지만, 대변 걱정은 태산이다. 소변 위기를 겪은 뒤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온 신경이 항문으로 모여 통증을 더하여 변비약은 힘을 못 쓰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지손가락 한마디 크기만 한 대변이 속옷에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조금은 안심이나 온종일 비상사태였다. 대변이 곧 쏟아질 것 같아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대변을 보려 힘을 쓸수록 수술 부위 통증이 더해졌다. 다음날도 마찬가지라 변기에 서 있곤 했다. 곁에서 딱하게 여긴 아내는 양 손가락으로 내 항문을 누르며 짰다. 내 고함과 함께 대변이 나왔다. 조금 뒤에 또 간이 관장을 했다. 살 것만 같았다. 해 질 녘에 꽤 변을 보았다. 힘을 쓰느라 왼쪽 사타구니가 파랗게 멍이 들었다. 그래도 유쾌 상쾌 통쾌뿐이었다. 

‘유쾌, 상쾌, 통쾌’란 말이 피가 몸을 순환하듯 온 지체 肢體를 맴돌았다. 지금까지 하찮고 혐오스럽게만 생각한 대소변이 이렇게 행복을 안겨줄 줄이야…. 웅변 연사처럼 나에게 소리 높여 외쳐본다.

“행복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대소변이 제 때에 적당한 양이 배설되는 게 진짜 행복이지 않습니까?”

 
 정석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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