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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벅머리 아이 곤히 자니 부를 것 없고몸소 마른 가지 가져다 작은 화로에 부채질하네.불 꺼진 뒤 솔바람은 밤의 골짜기에 잠기고자기처럼 둥근 달빛이 가을 호수에 떴네.풀뿌리 부지런히 씹으니 맛을 알겠고문자를 배 속에 넣으니 몸이 살찌네.육우의 옛 샘물 길은 번거로워 싫으니금방 끓여 금방 마시는 게 나만 할까 보냐. 위의 시는 두실 심상규(斗室 沈象奎, 1766~1838)의 『두실존고(斗室存稿)』 권2에 실린 「몸소 차를 달이며 흡족하여 즐기다(自煎茶殊便?足欣嘗)」라는 시이다. 차 마실 생각에 살펴보니, 차 시중들 더벅머리 아이는 곤히

송암(松巖) 권호문(權好文, 1532∼1587), 그는 12세 때부터 청성산 백운암에 들어가 독서를 즐겼다. 1년에 두세 번 들렸으며 오래 산에 오르지 않으면 꿈에 나타난다고 할 정도로 산을 좋아했다. 이때부터 강호의 즐거움을 알았던 모양이다. 은거할만한 땅을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등, 돌산을 소유한 뒤에는 청성산에 마련한 연어헌을 완공하고 청성산인(靑城山人)으로, 자신의 수양론과 이념을 실현한다. 그의 시 「차변생운마감암제(次邊生員麻甘庵題)」는 15세 되던 해 여름, 더위를 피해 부친과 함께 마감산 분암에 들어 독서 할 즈음이다.

요산에서 생산된 보배로운 차천리 멀리 여기에 왔구나.물이 끓으면 좁쌀 거품 일고찻잔엔 자줏빛 안개 어리네.한 모금 마시면 몸이 가벼워지고세 모금 마시면 신선이 된 듯.어찌 사봉 받는 것 부러워하리은근히 옥천의 경지에 이르네. 위 시는 옥담 이응희(玉潭 李應禧, 1579~1651)의 「차(茶)」라는 시이다. 요산은 중국 안휘성 선성현에 있는 산 이름으로 이곳에서 생산된 차인듯하다. 차를 마시기 위해 물을 끓이니 물방울이 거품처럼 일어나고, 찻잔에 담긴 차는 안개처럼 피어, 한 모금 마시니 몸이 가벼워지고 세 모금 마시니 마치 신선이

고경명(高敬命, 1533~1592)의 호는 제봉(霽峰), 자는 이순(而順)이다. 26세에 장원급제하여 29세에 홍문관에 들어갔다. 31세에 울산 군수로 좌천되고 이후 고향 광주에 돌아와 독서와 지인들과 교유하며 지낸다. 무려 20년 동안 정치적 금고는 계속되었고 1590년 동래 부사에 오르지만 다음 해에 송강 정철의 당이라는 이유로 파직된다. 이렇게 중앙정치에서 멀어져 술과 시를 즐기며 지낸다. 제봉이 자신의 마음을 달래며 친구 일원에게 차운해서 화답한 시「차일원운답기의(次一元韻答其意)」를 보면, 갖옷 입고 말 타는 것 잠시의 좋은

쓸쓸히 일어나 은자의 옷을 떨쳐입고 돌구멍의 샘물을 한번 떠 마시고 돌아오네. 일곱 잔 차의 풍미에 허물 벗고 신선이 된 듯 뜰 가득 오동나무 달빛에 새들이 놀라 올라가네. 오늘날 편하게 지내려 하지 말고 부디 밤새도록 마음을 경계하여라. 그대여, 곧장 유가의 가르침을 따라가라 지난 역사의 거울을 어길 수 없느니라. 위의 시는 면우 곽종석(郭鍾錫, 1846~1919)의 「이치유에게 화답하여 보이다(和李致維見贈)라는 시이다. 곽종석은 차를 마시기 위해 찻물을 찾아 나선 모양이다. 돌구멍에서 솟아난 샘물을 찾아 마시고 돌아와 차를 끓여

… (중략)… 나무꾼 어부와 시골집에 함께하니 나그네 생애 또한 여유를 지녔도다. 창해에 달 밝으니 한 선비 슬퍼하고 상강에 물 넓으니 삼려를 조상하도다. 차 향기 폐에 들어 능히 괴벽 씻어내고 죽수에 눈썹 찡그려 능히 책을 보도다. 알겠거니 청풍불고 숲 아래에 비 내리니 때 되거든 잔 잡고 돌이켜 즐기리라. 위의 시는 신헌구(申獻求, 1823~1902)의 「아민에게 화답하여 주다(和贈牙悶)」 라는 시 일부이다. 나무꾼과 어부가 함께하니 나그네의 삶은 여유롭고, 창해에 달 밝으면 선비의 마음은 허전하고 슬프다는 한적하면서도 무료함이

옥천 선생 노동(盧仝)은 낙양성에 사는데 맨발 긴 수염에 몇 칸의 집뿐이라오. (중략) 오늘 아침 문두드려 새벽잠을 깨워서 좋은 쌀 몇 곡(斛)을 가득 얻었네. 서둘러 아낙 불러 쌀을 씻어서 옹기솥에 잘 앉히니 밥이 막 익는구려. 허리끈 풀고 배불리 먹고 일곱 잔 좋은 차를 가득 마셨지. 솔솔 맑은 바람이 겨드랑이에 일어나니 이 세상 벗어나 하늘을 나는 듯하구나. 이 시는 서하(西河) 임춘(林椿, 1148~1186)의 「요혜가 양식을 베풀어 줌을 사례하다(謝了惠首座惠糧)」라는 시의 일부이다. 노동은 호를 다치(茶痴), 옥천선자(玉川

5월이 지났으니 올해 차 농사도 거의 마무리되어 간다. 올해 만든 차가 각종 차 관련 행사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평소 알고 지내는 다원(茶園)이 있다면 좋아하는 차를 골라 마시며 차향의 유혹에 빠져보면 어떨까.차는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것으로 차를 우릴 때 성분은 35~40% 정도만 용출된다. 나머지는 불용성 성분으로 물에 용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차는 만드는 방법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니 기호에 따라 선택하여 즐길 수 있다. 차에는 면역력 저하를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저하, 지방흡수 억제, 향균 작용은 물론 그 밖의 많은 기능이

연두빛 사월은 어느덧 진한 녹음으로 변하고 오월의 따사로운 햇빛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한다. 이 찬란한 햇빛과 바람은 인간의 마음을 감사와 은혜로움으로 충만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오월은 어린이와 어버이와 스승과 부처 등 모두에게 감사와 은혜와 자비를 전하며 다시 생각하게 하는 달이다. 4월20일 곡우 전부터 5월 초, 차 밭이 펼치는 녹빛의 향연에 취해 잠시 복잡한 세상 근심을 잊는다. 뾰쪽하게 올라온 찻잎은 인간의 손놀림으로 꺽이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제다인들은 부단히 노력한다. 찻잎을 따서 솥에서 덖고 비비고

오늘에야 비로소 봄인 줄 아노니 산은 푸르고 고우며 경물은 새로워라. 뜨락의 진흙엔 새 발자국 어지럽고 연못은 찰랑이며 물고기 입 벙긋벙긋. 차 달이는 절후를 놓칠까 걱정이고 나무 접붙이는 시기 놓치면 안 되지. 단정히 앉았으니 찾는 손님도 적어 한가로운 이 몸은 책 속에서 뒹구네. 위의 시는 염헌(恬軒) 임상원(任相元, 1638~1697)의 「염헌집」 권22에 나오는 「삼짇날(三月三日)」이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은 4월 곡우의 절기와 맞물리는 시기이다. 이날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이라고도 한다. 새싹이 돋아나고 꽃

만우절(萬愚節, 4월 1일), 우리 모두 어릴 적 선생님과 친구들을 속이며 즐거워했던 추억 한가지 정도는 있음 직하다. 1년 중에 악의가 없는 거짓말이 허용되는 날로 3월 말과 4월 초 사이 변덕스러운 날씨가 사람들을 놀리는 것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요즘 가짜 뉴스에 험담에 진실을 찾기 힘든 세상이 되고 보니 오히려 만우절에는 말보다는 꽃샘추위를 녹이는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며 즐거움을 나누면 좋을 듯하다.다음은 동명 김세렴(東溟 金世濂, 1593~1646)이 대마도에서 지은 「마도십절」중에 아홉 번째 시 「전다(煎茶)」이다. 작

술은 연꽃 핀 정자가 좋고 차 솥은 대숲 속에 건다네. 아득한 아포(鵝浦)에 비 내리고 내 마음 하늘가에 있다네. 김창흡(金昌翕, 1653~1722)의 「백월사시사(白月四時詞)」이다. 술과 차를 마시는 장소를 달리 표현한 것으로 보아 그의 운치(韻致)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이다. 그는 운치만이 아니라 좋은 차 맛을 내기 위해 좋은 물에 대해 평을 하기도 한다. 그가 오대산을 유람하면서 쓴 「오대산기(五臺山記)」에는 물에 관한 내용이 있다.일부를 보면 금몽암에 도착해서 샘물을 마셨는데 “샘물이 달고 부드러워 마시기 좋았으며, 그

우리를 즐겁게하는 것이 무엇인가. 책을 읽는 것인가. 누군가 반가운 이를 만나는 것인가. 열정을 가지고 어떤 것에 도전하는 것인가. 이 모두 우리의 심정에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한다면, 끊임없이 삶의 무게에 적응해야 하는 현실 속에 조금은 청량제와 같을 것이다. 또한 내 마음을 알아주는 시가 있고 그속에 차가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다음은 조선 중기 문예인으로 불리는 신익성(1588~1644)의 「산중에서(山中書事)」라는 시이다. 세속의 굴레 많은게 괴로워흰머리로 전원에 있노라.덧없는 삶의 이치 깨달으니지금의 한가로움 이제야 아

한 사발 용단차(龍團茶)를 마시고꿈속에선 아직 대궐을 생각하네.지방관으로 헛되이 몇 개월을 보냈으니한그루 당채꽃을 보지 못했네. 위의 시는 매계 조위(梅溪 曺偉 1454~1503)가 충청감사로 있던 시절(1494) 홍주를 주제로 지은 「홍주 제영(洪州題詠)」이라는 시이다. 용단차 한 사발을 마시는 것으로 보아 당시 최고의 차를 마신듯하다. 용단차는 용의 무늬를 찍어낸 단차이다. 중국의 용봉차가 소개된 것은 문종 32년(1078)에 송 황제가 고려 왕실에 용봉차를 보내면서이다. 용봉차는 용봉단차라 부른다. 용단은 주로 황제용 차로 만

한가할 때면 가끔 도성 밖으로 나가숲속의 귀인을 방문하였네.샘물을 길어다 차 달이고산 보느라 한참 두건 젖혀 썼네.밝은 창엔 유난히 달빛이 밝고빈방엔 저절로 티끌이 없다.이곳에 그윽한 풍취가 있으니이제부터 자주 오고 가려 하오. 위의 시는 권근(權近, 1352~1409)의 『양촌집』권8 「복재가 안양에게 준 시에 차운하여」 라는 글이다. 가끔 도심을 벗어나 전원을 찾으니, 숲속의 귀인은 누구일까. 차를 마시기 위해 샘물을 길어오고, 차 달이는 사이에 주변 풍경을 즐기는 이의 마음은 어떨까. 달빛에 비친 창이 밝은 것으로 보아 하룻

눈 녹인 물로 차를 대신하니 차 끓일 필요 없고 우물물은 혼탁하여 아교로도 맑게 할 수 없네, 지나치게 깨끗함은 요리에 적합지 않음을 알고는 있었지만 물병 가득 채우려고 했던 일이 부끄러운 줄 언뜻 깨달았네, 심한 갈증에 생각만 해도 목젖이 촉촉한데 너무 차가워서 배속에서 탈이 날까 두렵네, 우가장의 금주 원칙을 괴이하게 생각지 마오 술 깨어 물 달라고 하인들 들볶을까 해서라오. 위의 시 「우가장 牛家莊」은 간이(簡易) 최립(1539~1612)이 1594년 명(明)에 주청사(奏請使)로 갔을 때 지은 시로 『간이집』 권7에 수록되어

새해가 밝았으니 힘찬 계획과 원하는 바를 누구나 마음속에 새길 것이다. 매년 품는 소망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닐듯하지만 기세(氣勢)는 사람마다 다를성싶다. 젊은 날의 기세와 세월의 풍파를 겪은 이의 기세는 분명 차이가 있어 세상의 맛도 그만큼 다를 법하다. 선인들은 어떻게 세상의 맛을 즐겼는지, 조선 중기의 문장가인 이수광(1563~1628)의 차와 관련된 다시(茶詩) 중에 「즉흥시, 즉사(卽事)」를 보면, 마음속에서 명리(名利)의 관문을 꿰뚫고 나니 만사를 잊어버린 채 세상의 맛이 한가롭네. 손님이 찾아와 차를 마시는 중에 말

푸른 가지 초록 잎에 옥 같은 꽃 붙었으니 옹기종기 열린 모양 별처럼 반짝이네. 옥천의 몇 사발 차 무엇이 부러우랴. 차꽃 주위 맴도니 심신이 절로 맑아지네. 위의 시는 이정(李楨, 1512~1571)이 차꽃을 읊은 “추일다화(秋日茶花)”라는 시이다. 꽃을 옥에 비유하며 주렁주렁 달린 꽃 봉우리가 별처럼 반짝이는 것같고, 중국 당나라 시인 노동(盧仝)의 「칠완다가」에 나오는 차도 부럽지 않다고 하였다. 차꽃 주위를 맴돌며 몸과 마음을 힐링하고 있는 것 같다. 차꽃에 대한 시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아름다움을 노래한 구절이 간혹 있다.

오늘 아침, 차 한잔에 몸과 마음 깨끗하고 방안 가득 차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나네. 도화동 신선에게 오래 살기 비는 건 번거롭지만 차 없이 백낙천과 함께 시 짓지 못함이 부끄럽다네. 위의 시는 금령 박영보(朴永輔, 1808~1872)의 「남다병서(南茶幷序)」 마지막 구절이다. 이 시는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가 만든 차를 이산중이 얻어 금령에게 나누어 주면서 시작된다. 금령은 스승 신위(申緯, 1769~1845)를 위해 차를 달여 맛보고 초의 차를 예찬하는 「남다병서」라는 장시(長詩)를 짓는다. 이에 신위는 화운하여

차 맛이 깊어 마시기 가장 좋은 시기가 왔다. 높고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볼 겨를이 없어진 지 오래고 머릿속은 온갖 일이 가득하여 계절을 챙기기도 어려운 요즘이다. 하지만 이맘때쯤 햇빛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곳에 앉아 차를 꺼내 마시니 그 맛과 향이 마음속 깊이 스미고 눈을 시원하게 하고 마음을 기쁘게 한다. 어떤 차가 좋을까.지금은 차 시장이 발달하여 원하는 차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다양한 차를 맛볼 수 있다. 반면 좋은 차의 기준을 가늠하기 조금은 어렵다. 평소 즐기던 차가 있다면 마시는 이에게는 가장 좋은 차일 듯싶다.얼마 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