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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일의 신 택리지’ 완결편 ‘산과 강의 풍수’…택리지의 현장 정신을 계승한 10권의 책

2024-09-11     김미진 기자

 대한민국 도보답사의 선구자 신정일 작가가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걸으며 완성한 도보답사기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의 열 번째 책이자 완결편 ‘산과 강의 풍수(쌤앤파커스·2만2,000원)’로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열 번째 책은 남북으로는 백두대간부터 땅끝 해남까지, 동서로는 울릉도와 안면도까지, 그리고 바다 건너 제주도의 한라산 백록담까지 저자의 발길과 눈길이 닿는 모든 곳을 망라한다. 산과 강의 특색, 풍토, 물산, 역사와 전설 등 곳곳에 얽힌 지리와 사람 이야기를 꼼꼼한 답사와 풍부한 입담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낸다.

 특히 완결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리가 길을 걷고 풍류를 즐겨야 하는 이유와 방법까지 친절하게 들려준다. 산과 강은 곧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이루는 근원적 개념이다. 무엇보다 산과 강이 우리 정신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눈길을 끈다.

설악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골산(骨山)이다. 금강산에 버금가는 명산과 명승으로 자연경관이 빼어나고 문화유산과 관광 명소가 많다. 설산(雪山) 또는 설봉산(雪峰山), 설화산(雪花山)이라고도 하며, 겨울뿐 아니라 사계절 모두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신라 때는 영산(靈山)이라 하여 나라에서 제사를 지냈고 또 옛날에는 바다를 지나가는 배들의 길잡이가 되기도 했다.

 지리산은 역사 속에서 수많은 사람이 숨어들었던 곳이다. 조선 중기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에는 ‘정감록’을 믿는 사람들이 찾아들었다. 동학 농민운동이 끝난 뒤에는 혁명을 꿈꾸다 실패한 동학도들이 찾아와 후일을 도모하기도 했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이현상이 이끄는 남부군이 지리산에 들어와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산천을 우리 선인들은 어떻게 보고 느꼈을까? 산은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고 들어가 노닐기도 하는 곳이었다. 산기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산을 ‘오르는’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들어가 사는’ 삶의 터전으로 여겼다.

 옛 사대부들은 산천을 유람하면서 수많은 글을 남겼는데, ‘산을 뵙는다’는 뜻의 ‘근참’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산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지는 정신적·물질적 의미를 짐작하게 할 만하다. 산이 있다면 ‘물’도 중요하다. 산에서 시작하는 강줄기들은 생명의 근간을 이루고 지역과 물산의 경계를 나눴다.

 이렇게 총 10권으로 마무리된 ‘신정일의 신 택리지’ 시리즈는 서울, 경기, 전라, 북한, 제주, 강원, 경상, 충청 편에 이어, ‘명당과 길지’, ‘산과 강의 풍수’편까지 우리 땅의 면모와 역사, 인문지리학적 통찰을 담아낸 종합 교양서로 우리에게 왔다. 30년 넘게 전국 곳곳을 직접 밟으며 시리즈를 완성한 신정일 작가의 입담을 통해 독자 역시 생생한 답사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김정호와 이중환이 그랬듯 산천 곳곳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는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신정일 작가는 “역사와 지리, 인문 기행을 더해 수백 년 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고 선조들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흔적을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다”며 “빌딩이 산의 높이를 넘어서고 강의 물길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산수와 지리는 우리 삶의 근간이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다 내 집이다”고 말했다.

 조용헌 강호동양학자는 “‘택리지’의 현장정신을 계승한 책의 저자인 신정일 선생은 40년 넘게 전국의 산천을 답사한 전문가다. 이중환보다 더 다녔으면 다녔지 못 다닌 것 같지가 않다”며 “두 갈래 길을 만날 때마다 그가 선택한 길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이었다. 인생의 수많은 산과 강과 먼 길을 건너고 넘고 걸었으니 무슨 두려움이 남아 있겠는가”라며 책을 추천했다.

김미진 기자